3년 장사 걸린 ‘노량진 로또’ … A급 500만원, F는 100만원
노량진수산시장, 이달 말 가게 자리 제비뽑기 앞두고 술렁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출구를 거쳐 시장 입구로 들어가니 바로 오른쪽 가게에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 아시죠. 싱싱한 조개 더 드릴 테니 사가세요.” 동해수산 임미정(35)씨가 전복·조개 등 해산물을 팔며 손님을 불러 모았다. 10분을 지켜보니 몰려드는 손님에 앉을 새도 없이 바빴다. 이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까닭은 ‘소비자 통로’로 불릴 정도로 목이 좋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물론 주차빌딩과도 가깝다. 임씨는 이곳에서 ‘신의 손’으로 불린다. 2003, 2006, 2009년 자리 추첨에서 상인들이 가장 탐내는 ‘물 좋은’ 곳을 골라 얻은 별명이다.
반면에 시장 북쪽 가게는 듬성듬성 문이 닫힌 채 한산했다. 목이 좋지 않아 오전에 도매 단골들과 거래하고 손님이 뜸한 오후에는 아예 문을 닫는 것이다. 오복수산 임복성(58)씨는 “3년 전 운이 나빠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며 “올해 추첨날에는 목욕재개하고 잘 뽑아야겠다”고 말했다.
하루 3만 명의 손님이 찾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이달 말 대전(大戰)을 치른다. 가게 상인들이 ‘로또’ 또는 ‘뽑기 올림픽’으로 부르는 자리 재배치 추첨이다. 올해는 이달 말 추첨, 재배치는 다음달 진행하는 방안을 상인들과 협의 중이다. 추첨일이 다가오자 상인들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연주영(61) 고급상우회장은 “3년간 장사가 자리에 달려 있어 서로 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2002년 노량진수산㈜을 인수한 뒤 2003년부터 3년마다 추첨을 통해 자리를 재배치하고 있다. 이유는 형평성 때문이다. 가게 넓이(5.09㎡)는 같고 임대료는 별 차이가 없지만 목에 따라 매출이 3~5배나 차이가 나서다. 목이 안 좋은 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수협은 3년마다 자리 재배치를 결정했다. 연 회장은 “가게 위치별로 매출 차이가 크지만 상인들이 공평하게 자리를 뽑기로 정하기로 합의해 임대료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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