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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영상시

우린모두 내꺼내꺼 하다 죽는다~


<욕심에 관한 시 모음> 황순택의 '올라가기' 외 

+ 올라가기   

젊었을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사람들은 있는 힘 다해
위로 위로 올라가려 한다 
그러나 올라가면 
다시 떨어진다
(황순택·시인)


+ 욕심 

은행나무 밑에 서 있으면
은행나무가 되고 싶고

소나무와 함께 서 있으면
소나무가 되고 싶고

감나무에 기대어 서 있으면
감나무가 되고 싶고
(안찬수·시인, 경남 창원 출생)


+ 生의 욕심 

들을 바라보면 
들이 되어 보고 싶고 
산을 바라보면 
산이 되어 보고 싶고 
강을 바라보면 
강이 되어 보고 싶고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가 되어 보고 싶고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이 되어 보고 싶고 
(정세훈·시인, 1955-) 


+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무슨 욕망이든 
충족되지 않은 상태는 즐길 만하다. 
그 상태는 
충족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불만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이상하게 술렁거리고 
항상 시작하고 있는 것 같고 
시간이 무슨 싹과도 같이 느껴지는 
그런 상태의 소용돌이 속에 있게 한다.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이여. 
(정현종·시인, 1939-)


+ 원죄-선악과

사람이 올 때는 울면서 온다 
황금빛 면류관 웃음으로 살다가 
먼 길 떠날 땐 
대성통곡 슬퍼서 간다  

눈물로 만나  
눈물로 이별하는 이유  
에덴동산 입안에 넣었던 
탐욕 때문이다 

이 넓은 과수원엔 선악나무 뿐 
눈부신 그 과일 
몰래 따먹고 살다 
슬피 울며 가고 있네 

아, 어리석은 사람아 
바구니 속 가득 찬 그것
버리며, 비우며 
살다 가자구나
(손희락·시인, 대구 출생)


+ 욕심 

입으로는 
줄여야지 
비워야지 하는데 

속에서는 
욕심이 마구 자라 
기어 올라온다 

잘라도 
또 자라고 
잘라도 
또 자라난다 

이놈의 욕심 
제초제를 
확 뿌려 볼까나. 
(이문조·시인)


+ 욕망에 대하여 

사람들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을 꿈꾼다 
수평으로 뻗는 가지를 치면서 
오로지 수직만을 달리는 
무서운 욕망의 직립(直立) 
그것은 고집일 수밖에 없는 슬픔 
눈을 뜨면 모든 길들은 희미해지고 
욕망이 존재하는 한 오랜 불만처럼 
다시 모든 길들이 지워진다 
이상한 일이다 욕망은 왜 아픔을 동반하고 
슬픔과의 동침을 원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무수한 절망을 출산하는 것인가 
(고은영·시인, 1956-)


+ 욕망과 필요 

작은 새들과 나무들은 
행복하다 
욕망을 만들어내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어디에 있든 행복하고 
불안해하지도 않고 
긴장도 없다 
들판의 찔레처럼 피어나 
새들처럼 노래하라 
다만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참지 말고 즐기자 
과연 얼마만큼의 필요가 있겠는가, 
피곤하면 잠을 자고 
음식과 물, 
사랑하는 가슴 
그것이면 족할 것이다. 
과도한 욕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지금도 그대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에덴의 동산으로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을 
또 여기가 바로 천국인 것을 
구태여 죽은 다음에 
애써서 가려는가  
(김내식·시인, 경북 영주 출생)


+ 마음의 욕심 

그 마음 비워내는 일 
그 일이 
인생 행복의 첫걸음이다 

욕심을 버리고 가벼워지는 일 
하늘이 무너지든 
땅이 꺼지든 
그도 그날의 운명일 것이라고 

오늘 그가 나에게 했던 쓸쓸한 말 한마디도 
내 마음의 평안과 
즐거울 날의 기대로 
나를 위한 

내 지갑 속에 채워지지 않는 물질의 힘도 
결국 언젠가는 사라질 종잇장에 불과할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일 

나 하나의 마음이 가벼워지면 
주위가 환하게 밝아오는 
그 마음 주는 일 
(나명욱·시인, 1958-)


+ 비움 

숲은 해마다 한 번 
자신을 깨끗이 비운다. 
가졌던 모든 것을 
사뿐히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충만함 
비움으로 채워지는 
역설의 복음(福音)이 
겨울 숲에 넘친다 

움켜잡으면 추하고 
놓지 않으면 뺏기고 
주지 않으면 썩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안다. 

빈손으로 서서 
가난해도 당당한 
나목들의 굳센 의지가 
신앙만큼 강하다. 
(박인걸·목사 시인)


+ 비우기   
  
몸을 비우려고 
물만 마시는 날이 
벌써 여남은째 
비워야 채워지는 걸 
나이 쉰에 깨닫는다 
  
마음을 비우기까지 
또 얼마나 천겁(千劫)을 
기다려야 하는지 
  
비우는 연습을 
가선지게 하면서 
오늘도 물 두어 잔에 
담구어 색 바랜 
나를 버린다
(공석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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